60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분이 기차역 대합실에 앉아있다. 대합실 TV에는 '동물의 왕국'이 나오고 있다. 사자가 영양 떼를 이리저리 쫒아다니다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마리의 목덜미를 물고 숨통을 끊고 있다. 사자에게 물린 영양은 고통스러워하며 다리를 허우적 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진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이에나 떼들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띠리링~전광판에는 예약한 기차가 곧 도착한다는 알림이 나온다. 그는 불편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플랫폼으로 한발 두발 천천히 걸어나갔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으로는 서울의 높은 빌딩들과 자동차들 그리고 한강철교등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간다. 기차는 이내 도시를 벗어나고 창밖으로는 너른 들판과 띄엄띄엄 집들이 보인다.